정동일 교수의 리더십 이야기]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에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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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06.13 / 기타 C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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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이상형이 변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주저 없이 마이클 아이즈너(디즈니의 전 CEO), 루 거스너(IBM의 전 CEO), 척 프린스(씨티그룹 전 CEO)를 꼽았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모든 종업원을 사로잡고 회사를 위기에서 극적으로 구출하는 영웅적인 CEO들이다.
위기에 처한 회사도 카리스마 있는 CEO가 영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회사 내부의 임직원들은 물론이고 일반 투자자들이나 전문 투자분석가들조차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곤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7년 AT&T CEO로 취임한 마이클 암스트롱이다. 당시 AT&T는 미국 장거리전화 시장이 자율화되면서 이익률이 대폭 줄어들고 새로운 경쟁회사들이 출현해 회사의 생존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31년 동안 IBM에서 일하다 휴즈 항공사의 CEO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었던 암스트롱이 AT&T의 CEO로 결정되자 미국 유명 비즈니스 저널들은 표지 사진에 암스트롱을 할리 데이비슨에 멋있게 올라타서 망해가는 통신업계의 거인을 구해줄 백기사로 묘사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그가 CEO로 결정되었다는 발표가 있던 날 하루 동안에 회사의 가치가 40억달러, 현재의 환율로 무려 5조원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암스트롱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AT&T의 최고경영자가 된 지 5년도 못 된 2002년 최고경영자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가 취임할 당시 67억달러이던 회사 부채는 퇴임 직후 기준으로 670억달러로 늘어났다. 카리스마형 CEO들의 전성기가 막을 내림을 알리는 서곡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질문을 지금 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현재 가장 이상적인 리더라고 생각되는 CEO는 누구인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회장), 마이클 델, 워런 버핏, A.G. 래플리(현 P&G CEO), 빌 게이츠 등의 리더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한국의 CEO로는 안철수씨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뉴 리더'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앞서 언급한 '올드 리더'들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뉴 리더들의 가장 큰 특징은 '나눔과 공유'의 리더십에 있다. 구(舊) 시대의 리더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었던 반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공유하는 데 인색했다. 자신들이 항상 무대의 중앙을 차지해야 했으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 많았다. 따라서 조직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의사 결정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갈등을 야기하는 일도 잦았다. 그리고 자신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군림하는 동안 2인자의 등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화려하지만 조직 내 인재들을 키우는 데 관심이 없던 최고 경영자들은 결국 이사회 멤버들이나 주주들의 등에 떠밀려 물러나게 되고, 조직은 리더십의 부재라는 큰 공백 상태를 맞이해 위기에 봉착하곤 했다. 이와 반대로 새 시대의 리더들은 자신이 소유한 권력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며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리더십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나눔의 리더십이 지금 더 적합하고 효과적인 이유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 때문이다. 구 시대의 경영 패러다임은 효율성과 통제에 기반을 둔 제조업 중심이었다. 따라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조직을 장악하여 경쟁 기업보다 더 빨리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해주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조와 혁신이다. 다시 말하면 기존에 있는 것들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가가 게임의 룰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가가 더 중요한 게임의 룰이 된 것이다.
리더가 가지고 있는 힘과 자원을 나누면 조직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직원은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종업원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게 되는 주인으로 변화하게 된다. 일을 하며 상상하게 되고 몰입이 높은 상태에서 자신이 맡은 책임을 스스로 달성하려 노력하게 된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의 상당수(예를 들면 구글, 애플컴퓨터, 홀푸드마켓, 듀폰, P&G 등)는 이제 리더십을 공유하는 팀('self-managing team'이라 한다)을 통해 창조 경영을 실천해 가고 있다.
이들 새 리더가 타인들과 나누는 것은 비단 권력뿐이 아니다. 이들은 회사 경영을 열심히 해서 얻어진 경제적인 성과들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데 인색하지 않고, 또 기업 이윤을 지역사회의 소외된 계층과 나누는 데도 적극적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워런 버핏의 천문학적인 기부금이 그 좋은 예다. 빌 게이츠도 319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기금을 마련해 제3세계 많은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 환경과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려 노력한다. 하워드 슐츠는 자신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게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종업원 모두에게 주식을 골고루 나눠주고, 심지어는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건강보험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를 공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이 가진 공유와 나눔의 리더십이 직원을 감동시키고 소비자에게 한층 더 어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지속가능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리더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 이를 부둥켜안고 힘들어하는 '구 시대'의 리더가 아닌지를.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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