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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생의 통영다녀 온 이야기들....

가느실 2009. 11. 19. 11:44




통영을 들어서며 원문고개 마루에서 향토시인 최정규님이 차에 올랐다. 희끗한 머릿결, 순한 미소가 꼭 고향의 아재 같은 분이다.

박경리 묘소, 바다가 보이는 곳, 돌아가시지 전 이곳에 있는 펜션에 와 보고 여기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택을 마련하였다 한다.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 중학교 때 열심히 읽은 소설들, 그리고 우리민족의 대 서사시 토지를 쓴 위대한 님의 모습을 묵념하며 잠시 떠올려 보았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격동의 모진 세월을 살며 남긴 싯구가 새겨진 시비를 보며 모든 것 다 잊어버리고 극락왕생하시길 다시 한번 빌어보았다.

개관을 준비 중인 꽃의 시인 김춘수 유물전시관을 찾았다. 생전의 유품들이 이리저리 쌓여 있었다. 잡다한 물건들이 이제 곧 명품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

전시관 뒤편 열녀비각의 애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갯마을에 얽힌 문학적 소재가 참 많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좁은 통영시가지 대형버스로 문화의 향기 머금은 곳 청마문학관으로 갔다.

부산여고시절 경남여고 교장선생님이셨던 청마선생님. 청마문학관이라는 표지석이 바다를 향하고 그 위에는 소박한 복원한 생가가 있었다.

중앙식당에 갔다. 각종 해물반찬이 맛깔스러웠다. 식사 후 청마의 작품무대인 중앙우체국 앞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청마의 삶과 사랑을 생각해 보았다.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행복의 싯구를 가만히 속으로 뇌어보았다. 청마의 사랑이냐, 바람이냐를 두고 토론이 한창이다.

내가 하면 사랑, 내 남편이 하면 바람이겠지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어본다.

걸어서 청마거리, 초정의 거리를 산책했다. 초정 김상옥 선생의 필체가 시만큼 아름다웠다.

한산도에 도착하여 통영사랑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시인의 이야기와 펜혹을 깍아내며 습작을 하고 주옥같은 시를 쓴 정일근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문학은 질문이다’라는 말을 음미해 본다.

이순신 장군의 사당을 참배하고 한산대첩을 이룬 앞바다를 바라보았다. 저번 뮤지컬공연과 대비해 보며 민족의 성웅으로 남아있는 장군이지만 수루에 앉아 시를 읊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왔다.

돌아오는 배안에서 정일근시인의 시집에 서명을 받고 최정규시인의 통영이야기를 들으며 한려수도 아름다운 바다를 다시 한번 눈에 새겼다.

저녁식사를 하고 차에 타니 하루 종일 참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박경리 선생님의 묘소, 몇 그루의 감나무가 감싸 안아주고 산이 소맷자락 겹겹이 모아서 가리키는 그 곳, 통영 바다.

작은 풀꽃과 오석위에 새겨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글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구나!

멋대가리 없는 바닷가 동무사소였던 4층 건물, 청태가 낀 화장실,

고향에 버리고 간 하늘로 홀가분하게 간 이의 이삿짐.

카르멘의 치맛단처럼 시뻘건 꽃잎이 copy된 "꽃"은 쓰레기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

김춘수 유품전시관. 고딕체의 딱딱한 간판 글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발견하였다. 이제라도 문화가 먹거리를 준다는 것을 깨닫는 지자체의 사람에게서.

세느 강에 왜 세계 사람들이 몰려올까? 미라보오 다리가 있어서, 노틀담사원이 있어서, 많은 노획물로 가득 찬 루부르 박물관이 있어서 일까? 문학이 있어서라고 본다.

그 옆 열녀비각, 지리산 아래 동네에 이룰 수 없던 사랑을 하던 처녀, 총각이 통영에 숨어들어 와서 살게 되었지. 지아비가 된 총각은 어부가 되어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죽어 버렸어. 이 소식을 들은 처녀는 새끼줄을 여러 발 꼰 다음, 살아 돌아 온 뱃사람에게 신랑이 빠져 죽은 바다로 데려다 달라고 했지. 그 바다에 도착하자 허리에 새끼줄은 묶고 말릴 새도 주지 않고 뛰어들었지. 며칠 후 서호만에 서로 꼭 껴안은 채 떠 오른 시체 2구, 바로 그 처녀, 총각이었대. 그 후 사람들은 열녀비를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는구먼. 이 이야기를 들은 황순원은 '열녀'라는 소설을 썼다네요. 통영사랑 최정규시인 이야기 참 구수하다.

유치환,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을 흔들며 참 좋은 곳에 문학관이 있었다. 시인 백석의 '통영'이라는 시를 낭송하는 통통한 안내원이 갑자기 그리 이쁘던지.

청마거리, 점심을 먹고 통영 중앙 우체국 앞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할머니 한 분이 더위를 피해 계단에 누워 계셨다. 잠시 후 문학기행단이 계단과 그 주위에 앉고 서서 강의를 들었는데 할머니는 언제 일어났는지 기행단원과 가장 열심히 청강을 하고 계셨다.

손귀령 장학사님, 언제 가셔서 현지 할머니까지 문학기행단원에 섭외를 하셨는지요?

한산도, 몇 번 와도 청소년단체 전적지순례로 업무상 와서 그런지 감동은 없었다. 아이들 점심 먹이던 장소에서 들은 강의, 통영이 갑자기 내 속으로 들어와 크게 자리잡았다.

정일근 시인에게는 강요를 하여 '아름다운 ooo 선생님......'이라는 친필사인을 받은 다음, 계속 감시를 하였다. 다른 선생님에게는 형용사없이 ○○○선생님, 하고 사인하는지를.

기분 좋은 연수를 하여, 이 감흥을 나 혼자로 끝내지 않고 다시 학교로 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사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어서, 이런 기획을 한 연수원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다음 심화연수에 꼭 참여하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인과 함께 하는 시쓰기 직무연수"를 받은 연수생입니다.

평소 답답하고 외로울 때 괴발새발 적어온 메모가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고 책상서랍에 잠자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던져버렸습니다. '시란 어렵다.라는 핑계를 대면서.... 

연수제목을 보면서 나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연수를 신청했습니다. 모든 사물을 마음의 눈으로 보고, 마음의 귀로 들어야 하며 비유와 상징으로 이미지를 표현해야 한다는 말씀은 정말 도움이 되었습니다. 통영문학기행에서 아낌없이 주시던 최정규시인님의 통영사랑과 문학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고. 마음에 와 닿는 시는 필사를 하라는 시인 정일근님의 말씀이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극 ‘손숙의 어머니’는 희곡이 쓰여지는 과정을 알게 되었으며 연극에 대한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옥같은 강사님의 세심한 강의에 힘입어 아물아물 눈에 보이고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연필을 잡았으나 아직은 언감생심입니다.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겠지요. 심화연수에서 더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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