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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스토리가 주는 감동

가느실 2010. 3. 31. 08:37

매경춘추] 스토리가 주는 감동

요즘을 감성시대라고 한다. 소비 트렌드도 감성 소비로 바뀌고 있다. 가격이나 기능 등 합리성을 추구하긴 하지만, 최종 구매는 감성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각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은 상품이나 브랜드에 스토리를 담아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내고, 감성적 교감을 통해 구매를 높여 나가는 방법으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상품 자체가 아닌 상품에 담긴 스토리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 문화적 가치가 담긴 관광 명소를 많이 다루고 있는 관광산업에서도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아주 평범한 오솔길인데도 괴테, 헤겔, 베버 등 철학가들이 산책했던 길이라는 이야기를 담아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근처 기념품가게 역시 이들을 기념할 만한 소품들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평범한 관광지에 극적 요소를 입힌다.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감흥을 느낀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관광은 아직도 감성적 접근이 아닌 이성적 소개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고궁을 얘기할 때 우리만의 드라마적 스토리를 입히지 않고 객관적 사실이나 겉모습만 소개하면 중국에 비해 초라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경복궁 수정전만 하더라도, 집현전 학자들이 모여서 사람의 구강 구조를 공부해 이를 근거로 한글을 창제했던 역사적 장소임을 느끼게 해야 한다. 건축물로서 5대 궁궐도 의미가 있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철학과 역사를 스토리로 엮어내야 한다. 단편적인 관광지 소개를 통해서는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없으며, 관광산업이 거둘 수 있는 부가가치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대장금, 왕의 남자, 겨울연가 등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한국적 정서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이야기꾼임을 입증한 바 있다. 이제 그간의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관광지에도 발휘해 우리만의 이야기와 설득력으로 가볍게 지나칠 수 없고 쉽게 잊을 수 없는 관광지로 재탄생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관광객들도 그들이 주인공이 되었던 그들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돌아갈 수 있기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